하루 20명 넘게 잘렸고, 저도 그 속에 있었어요…

코로나19 시대에 당면한 우리들의 이야기

신재철 기자 승인 2020.06.17 13:48 의견 0

쿠바의 혁명, 영웅 "체" 게바라(Ernesto "Che" Guevara)의 명언을 한 번 떠올려본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하지만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언론, TV, 뉴스, SNS까지, 모두가 엄지를 척 세우며 코로나 19 사태를 진정시키고 아픈 분들을 치료하는 의료진들에 대한 감사를 전하고 있는 요즘, 숭고한 희생 정신과, 누군가의 기부와 배려 속에, 힘을 내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최선을 다해 미래를 대비하자는 많은 말을 들으며 기운을 내고,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하자고 결심하고는 한다.

하지만 문득 매일 끊임없이 나오는 확진자의 숫자를 체크하던 사소한 일을 내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있었다. 늘 나오는 확진자 수, 아이러니하게도 하루에 몇 백 명씩 확진자가 나올 때에는 오히려 ‘빨리 끝나야 하는데’, ‘원인이 뭐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며 열심히 이 문제를 고민했었다.

그런데 이태원 확진자 사태가 터지고, 이 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니 내년에도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각종 전문가들의 인터뷰가 나오며, 나는 서서히 오늘의 확진자 수를 확인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어짜피 당분간은 끝나지 않을 거래. 확인해봐야 뭐해’ 라면서 그저 닥친 현실을 모른 척, 눈을 감아버리고 있었던 것 같다. ‘불가능한 꿈’ 내가 가졌던 그 꿈은 이 사태가 여러 사람들의 노력과 획기적인 백신의 발명으로 다 함께 힘을 모아 끝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꿈을 좇느라 잊고 있었던 것, 체 게바라의 명언 속 ‘불가능한 꿈’ 앞에 먼저 해야 할 것은 리얼리스트‘가 되는 일이었다. 내가 잊고 있었던 리얼리스트로서의 자세는, 아무 의미 없이 늘 그래왔듯 출근길에 유튜브를 클릭하다가 한 채널의 영상을 보면서부터였다.

’하루 20명 넘게 잘렸고, 저도 그 속에 있었어요.‘

담담하고, 차분한 표정과 자세, 그저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하는 말투, 누군가는 단지 돈을 벌기 위해 다니는 직장이라고는 하지만 인터뷰에 응하는 분들에게는 몇 년을 내 회사라고 생각하고 다녔던 곳이었고, 생계를 짊어지는 아버지를 대신해 생활비가 절박해 구했던 일이었고, 그렇게 각자의 사정 속에서 너무나 현실적인 인터뷰가 실려 있었다.

실업률 14.7%, 어찌 보면 높은 실업률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당장 내가 일자리에서 잘리는 상황이 아니어서 이런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바라보지 못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며, 순식간에 몸이 리얼한 세계로 끌어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심각한 내용임에도 영상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이유는 그들 모두 내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을‘의 이야기, 우리 모두 누군가는 ’갑‘이고 ’을‘일 수밖에 없겠지만, 그들이 을의 입장이라고 하여 갑의 입장이 그렇게 마냥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 역시 느낄 수 있다. 당장 해외에 의류를 납품하거나 여행과 관련된, 관광사업 쪽은 특히나 타격이 크고, 당장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돈이 없으니 당연히 가장 먼저 회사는 운영 유지를 위해 노동력을 감축하는 일을 가장 먼저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 세상에 있는 수많은 회사, 일 중에 마냥 나 혼자만의 재능으로, 나 혼자 버는 돈이 얼마나 있겠는가? 다들 누군가의 의뢰를, 누군가의 돈을 받고, 거래를 하는 과정 속에서 운영을 하다 보니, 코로나 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인해 판로가 끊기고, 자금이 돌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인터뷰에 응하는 그들 역시 알고 있었다. 회사가 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하지만 단지 몇 년을 일한 곳에서 최소한의 예의, 미안함의 말 한 마디를 바라는 것이었다는 그 말에 거짓은 없어 보였다. 지금 그분들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분노나 화가 아닌, 허탈함과 막막함, 허무함 같은 감정이었기 때문이다.

see–real, 불가능한 꿈을 가지고, 다시 밝고 활기차고 좋은 시절이 올 것이라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때로는 진짜 리얼한 세상을 마주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채널은 리얼리스트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길잡이와 위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튜버월드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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