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38년간 다녔던 직장에서 은퇴하시는 아버지에게...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아버지에게 쓰는 딸의 영상 편지
채널 'WelcomeToSoomin'의 감동 어린 영상 메시지

유성연 기자 승인 2020.06.30 19:21 | 최종 수정 2020.06.30 19:24 의견 0

사람들은 흔히 돈독한 부모와 자녀 사이를 이야기할 때, ‘엄마와 딸’, ‘아빠와 아들’ 같은 비유를 가장 많이 하곤 한다. 비단 같은 성(性)이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많아서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간혹 어떤 사이를 보면 엄마와 아들, 아빠와 딸 사이가 더 끈끈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쉽사리 속 마음을 이야기하지 않는 아들이 유일하게 마음 편하게 대하고 원하는 것을 해달라고 말할 수 있는 상대가 엄마일 수도 있지 않은가. 혹은 든든하게 고민 상대가 되어주는 아빠에게 더 의지하는 딸이 있을 수 있다. 우리 가정의 색은 각각 다른 색깔이니 말이다.

▲ 코로나19로 아버지의 은퇴식에 참석하지 못한 수민은 아버지를 기억하며 은퇴 기념 영상을 올렸다.

오랜만에 그런 따뜻한 부녀 사이를 느낄 수 있는 영상을 발견했다. 원래는 코로나로 인해 해외에 거주 중인 한국인 유학생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구독해 보던 여러 채널 중 하나였다. 아주 자기 주장이 뚜렷하고 똑 부러지는 이 유튜버는 영국에서 현재 유학 중이며, 최근 영국 남자친구와 약혼과 동거 스토리까지 솔직하게 유튜브를 통해 올려주고 있었다. 보는 사람을 흐뭇하게 하는 예비 부부가 될 이 국제 커플의 이야기르 보는 재미가 쏠쏠하게 있어 간혹 보던 중, 예상하지 못했던 제목을 발견했다.

'38년간 열심히 일하신 아버지의 은퇴 기념'

원래 계획대로라면 당연히 아버지의 은퇴를 축하하기 위해 한국으로 날아 갔을텐데, 코로나로 인해 한국행 비행기가 계속 결항이 되면서 영국에서 유튜브를 통해 아버지에게 은퇴 축하 영상을 보내고 있었다. '아 제목만으로도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 이런 느낌을 받은 건 정말 오랫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마치 우리 아빠의 은퇴 기념을 하는 마음으로 영상을 흐뭇하게 보았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딸에 대한 사랑이 물씬 느껴지는 영상이었다. 아주 아기 시절, 어쩔 수 없이 가족을 위해 일하시느라 태어난지 7개월만에 딸을 만난 아버지의 행복하고 신기해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뒤이어 나오는 4살짜리 딸이 아버지에게 훈계를 하듯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재미있고 귀여운 영상, 성장하면서 꼼꼼하게 찍고, 지금까지 보관하고 계시는 여러 영상을 이어 붙이니 마치 한 사람의 어린시절을 훑어보는 것 같았다.

▲ 코로나19로 아버지를 당장 만나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렇게 영상으로 아버지를 기억하고 마음을 전달하는 수민이의 마음이 아버지에게도 그대로 전달됐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나 많은 고민과 행복, 슬픔과 많은 감정들이 지나 갔을까. 38년이라는 긴 시간을 오로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한 직장을 떠나는 아버지의 길은, 아버지 개인에게는 아주 쓸쓸한 길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길이 눈물과 기쁨, 만족감으로 끝낼 수 있는 것은 아마 이런 딸의 감동적인 소감이 있기 때문 아닐까? 물론 영상에서 아버지의 인터뷰가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이 영상을 보는 아버님께서 얼마나 감동해 하실지 눈에 선하게 보이는 듯했다.

유튜버월드 유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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