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책을 읽어주는 시대 '오디오북'

세상에서 가장 교양있는 수면제 오디오북과 마주하기

신재철 기자 승인 2021.06.18 00:13 | 최종 수정 2021.07.01 23:43 의견 0

누군가 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동심을 떠올리게 하고, 낭만적인 일이다. 어릴 적, 엄마가 침대에서 잠이 들기 전 읽어주던 전래동화책의 내용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유치원에 가면, 낮잠을 자기 전 선생님께서는 늘 4절지 정도 사이즈에 인쇄된 동화 이미지를 들고 아이들을 불러모아 책을 읽어주시곤 했다.

요즘 유치원 아이들도 그런 시간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구연동화 시간이라고 불렀던 그 시간을 나는 무척이나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의 동화였지만 왠지 선생님께서 읽어주시면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만 6세가 지나면, 누군가 나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은 거의 없어진다. 어릴 때부터 책은 스스로 읽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배웠고, 난 스스로도 읽고 싶은 책을 찾아 읽는 재미에 빠져 있었다. 어쩌면 원래 책을 읽어준다는 것 자체가 가진 따뜻함은 어린 시절이 지나면 잃어버리는 소중한 보물 중 하나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기억을 추억으로 남겨둘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 왜냐하면 책을 읽어주는 다양한 어플이 나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TV광고만 보더라도 ‘윌라’나 ‘밀리의 서제’처럼 언제, 어디에서나 바쁜 일상에서도 원하는 책을 쉽게 읽을 수 있는 어플들이 광고를 통해 많이 알려지고 있다. 책 속으로 풍덩 빠져들 수밖에 없는 생생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준다는 광고를 보며 나는 새삼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 책을 읽어주는 시대 - 오디오북

그렇게 책을 읽어주는 어플을 전문용어로 바꿔 이야기하면 ‘오디오북’ 이라고 부른다. 왜 이런 오디오북이 트렌드가 된 것일까?하고 생각해보면, 결국 현대인들의 취향과 생활 패턴에 따른 당연한 트렌드의 등장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들이 독서하기 어려운 이유로 '책 이외의 다른 콘텐츠 이용'이 1위에 올랐다. 그 뒤를 이어 '일(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가 2위였다. 일과 공부 시간을 제외한 여유시간에 유튜브, 넷플릭스 등 스마트폰 속 다양한 콘텐츠를 보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바쁜 현대인들이나 책을 꼭 읽어야하지만 바빠서 시간을 내기 어려운 학생들이 모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아예 책을 다른 사람이 낭랑한 목소리로 읽어주기 때문에 오디오 북은 음악을 듣는 것처럼 편하게 듣기만 하면 된다.

어떤 어플은 김혜수나 이병헌, 변요한 같은 유명 배우들이 직접 책을 읽어주는 일종의 이벤트를 기획하기도 하고, 대부분 첫 달에는 이용료를 무료로 해주기 때문에 이제껏 오디오북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도 부담없이 경험 해볼 수 있다는 점이 오디오 북의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오디오 북의 시장규모가 크게 확대되면서 이제는 꽤 많은 업체들이 오디오북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밀리의 서재 외에도 윌라, 오디언, 오디오클립, 팟빵, 리디북스, 교보e북까지,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진화하기 시작한 도서 시장은 이제 오디오북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해버린 것 같다.

물론, 나는 여전히 종이책이 훨씬 좋다. 여전히 책갈피를 끼워놓고, 혼자 책을 읽고 머릿속으로 상상해보는 시간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개인적 취향과 달리, 책을 읽고 싶지만 읽기엔 너무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오디오북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차선책이 충분히 되어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든다. 그리고 또 앞으로의 도서시장이 오디오북 장르에서 어떤 장르로 옮겨갈지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 한 것 같다.

유튜버월드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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