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 작물의 시대

식자재 스페셜티(specialty), 이색 과일 먹어봤니?

신재철 기자 승인 2021.07.24 23:54 | 최종 수정 2021.07.25 01:09 의견 0

‘깎아 먹는 과일 같은 옥수수, 깎아 먹는 수박, 자두 같은 복숭아, 도넛 복숭아...’이런 말들이 생소한 사람들은 새로운 먹거리 트렌드에 뒤처져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여름이면 빨갛고 동그란 큰 수박을 먹거나, 옥수수나 쪄 먹는 ‘토종 과일’만 알고있다면 이제부터 새롭게 등장한 이색 과일, 새로운 스페셜티(specialty),에 한번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몇 해 전, 한 송이에 25000원이 넘는다는 포도가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만원이면 듬뿍 살 수 있는 포도 한 송이 가격이 그렇게 비싸다니,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금액이다.

강남 학부모들은 다 먹인다는 그 스페셜한 값비싼 포도는 바로 ‘샤인 머스켓’이다. 사과 같고, 망고 같은 달콤함이 있다는 그 포도를 구하려고 전국의 열혈 엄마들이 눈에 불을 켜고 포도를 찾아 나서던 해가 있었다.

▲ 인생포도, 샤인머스켓

비싸고 희귀할수록 더 많이 찾고, 자녀들에게 먹이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잘 공략한 사례라고나 할까? 꽤 맛있고 좋은 포도임에는 분명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제2의 허니버터칩’처럼 먹는 것보다 구하는 것이 더 목적이 된 것처럼 비쌀수록 더 잘 팔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면 금새 지나갈 것 같았던 그 비싼 포도의 유행은 이제 복숭아로, 수박으로, 더 희귀하고, 더 구하기 어렵고, 더 독특한 새로운 과일들의 유행으로 옮겨가고 있다. 으레 제철이면 먹던 흔한 과일이 아니라 좀 더 특별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요즘 트렌드를 잘 겨냥해서 만든 특별한 과일이 트렌드가 돼 가고 있다.

‘초당 옥수수, 납작 복숭아...’

처음에는 포도 하나로 끝날 줄 알았던 ‘스페셜’한 이색 과일 열풍은 이제 다른 품목으로까지 옮겨졌다. 두어 해 정도 전부터는 찰옥수수가 아니라, 깎아서 샐러드에 뿌려 먹거나, 그냥도 먹을 수 있는 아삭한 식감을 가진 초당 옥수수라는 것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SNS를 뜨겁게 달궜다.

옥수수는 초당을 먹어야 최신 트렌드에 맞춰가는 느낌이랄까? 쫀득하고 달달하게 쪄서 먹는 찰옥수수가 좋다고 말하면 왠지 트렌드에 뒤처진 옛날 사람이라고 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 트렌드는 포도와 옥수수에 이어 올해는 ‘납작 복숭아’로 열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 인싸 과일로 등극한 도넛피치-납작 복숭아

‘납작 복숭아’ 도넛 복숭아라고도 부르는데, 사실 아예 생소한 것은 아니라 유럽 여행을 가거나 하면 흔히 사 먹을 수 있는, 우리나라 복숭아와는 전혀 ‘다른 품종’ 이었다. ‘먹어본 사람이 별로 없는, 구하기 어려운 맛’이라는 것이 오히려 요즘 세대들에게는 꼭 먹어보고야 말겠다는 투지를 불태우게 만든 것일까?

모양이 특이하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던 동그란 복숭아와 크게 다른 점이 없는 납작 봉숭아지만 생각보다 시장의 반응은 엄청나게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그밖에도 크기가 작고, 깎아 먹기 편해 큰 수박 사는 것을 꺼리는 1인 가정의 젊은 세대들을 공략한 애플 수박, 망고 수박도 나오고 있고, 신비 복숭아처럼 과육은 백도 복숭아처럼 하얗고 부드러우면서 외형은 천도복숭아처럼 단단한 종도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한 가지 과일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요즘 트렌드에 정말 적합한 상품이라는 감탄을 하게 만드는 유행인 것 같다.

사실, 초당 옥수수도 그렇고, 이런 상품이 유행하게 된 배경에는 전략을 철저하게 세워 몇 년에 걸쳐 개발하고, SNS를 비롯해 젊은 세대를 겨냥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개발자들의 의도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런 상술일지라도, 정확한 트렌드를 분석하고, 누구나 한 번쯤은 사 먹어보고 싶게 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능력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자면 이런 새로운 품종의 인기가 높아지고 농업의 발전, 확대로까지 이어져, 점점 사장 되어가는 우리나라 농촌에 좀 더 활기를 더할 젊은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유튜버월드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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