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존중? 하지만 왜 강요받는 느낌이 드는거죠?

흑인 인어 공주, 다양성 존중하는 사회

조은주 기자 승인 2023.06.28 19:54 의견 0
△영화 인어공주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공감하는 이슈 중 하나는 ‘다양성’에 관한 문제였다. 인종, 종교, 성적 취향 등 현대 사회에서 차별과 편견으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범죄를 미리 방지하고, 더 이상 서로 반목하고 편을 갈라서는 안 된다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일종의 트렌드였다.

지구는 둥글고 사람은 누구나 그 자체로 존중받으며 자기 삶을 살아갈 자격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가 공존해야 할 이 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하거나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나쁘게 볼 이유는 없지 않은가? 실제로 다양성에 대한 논의와 여러 차별을 없애려는 의식적인 행동들이 늘어나면서 일부나마 차별을 방조하거나 조장했던 법, 규칙, 그리고 그보다 더 경계해야 할 사람들의 의식이 많이 변화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다양성을 인정하길 강요받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트렌드가 되고 있다’라는 말에서 늘 긍정적이고 즐거운 일만을 떠올리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좋은 방향으로, 바른 생각을 서로 권유하고 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대표적인 예로는 얼마 전부터 꽤 큰 논쟁을 전 세계적으로 일으켰던 ‘흑인 인어공주’와 관련된 ‘다양한 인종의 수용’이라는 이슈 역시 우리가 인종을 강요받고 있나?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일이었다. 분명 존중하자는 다양한 인종 안에는 흑인, 백인, 아시아인 이외 수많은 인종을 모두 동등하게 대우하자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영화와 관련된 일련의 일들은 마치 흑인이 하는 일에 단 한 마디의 비판도 가해서는 안되고, 어떤 것이든 흑인이 나서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무엇이든 수용해야 하는 사회 같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주인공이 흑인이든 아니든 원작의 팬들은 자신이 좋아했던 원작의 느낌이 아니라는 의견을 낼 권리가 있고, 일반 관객들은 공개된 영화에 대해 여느 다른 영화처럼 평점을 매기고 비판할 자격이 있음에도 그 모든 부정적인 의견들이 마치 흑인에 대한 인권탄압이 일어나던 1960년대가 돌아온 것처럼 반응하는 디즈니와 흑인들의 반응은 그들이 말하는 올바른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게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가 하면 국내에서도 얼마 전 정치권까지 나서는 큰 이슈가 되었던 ‘퀴어 축제’에 관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게 만든다. 동성애에 대해 반대도 찬성도 아닌, 그저 그들이 가진 성적 권리를 인정해주는 일반 사람들조차도 그 축제를 왜 서울 한복판에서 한다는 말에 반대하고 나서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체, 자신들이 하려는 축제를 반대하는 것이 동성애에 대한 잘못된 한국 사회의 편견이라며 비난하는 주최 측의 입장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그 축제를 서울 한복판에서 퍼레이드처럼 하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는 그들이 단지 동성애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다양성을 존중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하려는 의도를 넘어선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러 번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매년 어린아이나 일반인들이 보기에 적절하지 않은 너무 선정적인 의상과 퍼포먼스를 벌이는 모습 때문이라는 사람들의 뜻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더 이상 다양성을 존중받으려는 인권 보호적인 단체가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주장을 강요하며 받아들여야 당신이 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강요하는 것뿐이 아닐까.

다양성의 존중 자체가 트렌드처럼 널리 퍼지는 것은 너무나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 다양성은 자연스럽게 납득해 받아들였을 때만 정착된 문화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고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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