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샘플을 모아서 드릴 테니 한번 두루 써보시고 결정하세요.’

구독경제, 새로운 소비를 만들다

조은주 기자 승인 2023.07.03 16:29 의견 0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구독’이라는 말은 ‘신문구독’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구독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고 원하는 것은 단 1개라도 당장 하루 만에 받아볼 수 있는 이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무언가를 사 놓고 진득하게 하나만 사용한다는 개념은 퇴색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그 ‘구독’이라는 개념이 신문이나 우유 같은 물건을 넘어 새로운 영역에까지 확대되며 ‘구독경제’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

모든 트렌드가 그렇듯 그 등장에 명확한 시점이나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구독경제가 왜 사람들에게 이렇게 조용하게 확산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유추는 해볼 수 있다. 이를테면 앞서 말한 것처럼 너무 많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계속 쏟아져 나왔던 것에 그 이유가 있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너무 많은 제품이 쏟아지듯 출시되는데 오히려 너무 선택지가 다양하니 더 고르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실패 리스크’를 감수하고 싶지 않아 기존에 사용하던 것을 으레 사용하는 일종의 패턴이 생겨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판매자 입장에서는 기존에 출시된 제품을 사용하던 소비자의 마음을 돌려야 하는데 갑자기 사라고 한다고 선뜻 사는 고객도 많지 않고, 또 수많은 제품 중 우리 제품을 효과적으로 마케팅할 방법에 대해 계속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하나만 써 보세요..’

‘몇 가지 샘플을 모아서 드릴 테니 한번 두루 써보시고 결정하세요.’

소비자가 고민하는 수 백 가지의 선택지를 단 서 너 가지로 줄여주며 유혹한다면 한 번쯤은 소비자로서 구매해볼만 하지 않겠나? 여러 개를 사보고 결정하는 것보다는 훨씬 합리적인 소비라고 느껴지니 말이다. 이렇게 설득이 된다면 제안을 조금 바꿔보면 더 쉽다.

‘더 싸게, 더 편리하게 정기적으로 보내드릴게요.’

현대인에게 돈만큼 아끼고 싶은 건 시간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OTT 말고 가장 빨리 구독경제 안으로 들어왔던 커피 원두 구독업체의 경우 이런 방법이 매우 효과적이었다. 커피에 대한 취향과 고집이 확고한 사람이 많지만 바쁜 일상 속에 좋은 원두를 사러 다닐만한 시간은 부족한 현대인의 기호를 모두 충족해주는 전략으로 나서는 업체가 생기기 시작했다.

고르는 데 드는 시간을 줄여주겠다며 커피 원두를 종류별로 달마다 다르게 조합해 딱 한 달 정도 먹을 분량만 챙겨 보내주되 가격은 더 저렴하게 보내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두를 고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좋은 원두를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하고 신선하게 매달 받아볼 수 있다는 만족감을 누릴 수 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구매자가 정기 결제를 한 만큼 매달 일정 매출이 안정적으로 들어온다는 큰 잇점이 있다. 게다가 매달 ‘커스텀’이라는 명목으로 판매 제품 수량과 종류를 판매자가 조절하는 것이 용이해지니 재고 처리 등에 관련된 비용도 훨씬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이제는 커피나 신선식품 배송을 넘어 면도기나 생활용품 정기구독까지 원하는 모든 것을 정기 구독할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저렴하고, 합리적인 소비같이 느껴진다고 해서 너무 구독경제에 빠지는 것은 좀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편리성과 합리적이라는 잇점에 빠져 너무 많은 고정비용를 매달 구독상품으로 지불하고 있지 않은지, 내 선택지를 업체가 정해주는 데로 은연 중에 따라가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이런 명확한 의식만 있다면 구독경제를 통해 합리적이고 편리한 일상을 한 번쯤 누려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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