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갑질’ 아파트 경비원의 슬픈 자살

신재철 기자 승인 2020.05.23 18:48 의견 0

'저희 아이를 보며 손녀 같다며 웃어주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부디 그곳에서 평안하세요.'

한 아파트 경비실 창문 가득, 노랗고 빨간 포스트잇이며 종이 편지가 붙기 시작했다. 바로 얼마 전,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시던 고 최희석씨의 자살 소식을 듣고, 그간 한 입주민의 '주민 갑질' 로 이한 자살이었음을 알고,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입주민들이 고 최희석씨를 추모하는 글을 붙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가해자로 이번에 구속영장이 신청된 가해자 모씨는 꽤 오랫동안 고 최희석씨가 경비원으로 해야 하는 업무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차를 해달라고 하는 등 무리한 일을 시키고,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참다못한 고 최희식씨는 모욕감과 자괴감을 견디지 못했다.

[고 최희석 씨 육성 유서 : ○○○라는 사람에게 맞으면서 약으로 버텼습니다. 그렇게 힘들어도 저 약 먹어가며 일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가족에게 남긴 음성유서가 밝혀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한 슬픔과, 분노에 휩싸이게 되었으며, 시민들은 가해자의 구속, 엄정 수사를 촉구하며 3천여 명에 달하는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였다.

사실, 슬프게도 경비원에 대한 무시와 폭행, 폭언으로 인한 사건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살로 마무리가 되면서 주민들을 비롯한 사람들의 충격은 큰 것이었고, 가해자가 모 연예인의 매니저라는 것 때문에 그 연예인이 누구냐는 논란을 더 일으켰다. 이런 여론과 국민 청원을 의식한 경찰은 바로 가해자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수사를 시작했고, 가해자는 자신이 폭행한 것이 아니며, 고 최희석씨와 다투는 것처럼 찍힌 CCTV 화면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심지어 가해자는 오히려 쌍방폭행이기에 자신도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기사로 전해지면서 유가족들은 분개하며 고 최희석씨의 죽음과 인격 모독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발표하며 일은 이전의 일처럼 조용히 마무리될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가해자의 뻔뻔한 태도에 많은 사람들이 반드시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이 기회에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여론이 더 커지고 있다.

자살률 OECD 회원국 중 1위, 대한민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슬픈 일이야 어느 나라에서든 벌어지는 일이라고 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유독 자살 소식에 슬퍼지는 이유는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이유에 있다. 한 겨울, 12월 수학능력시험 결과가 밝혀질 때쯤에는 고작 19살의 어린 생명들의 자살률이 올라간다. 만족할만한 성적,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생각, 패배자가 된 것처럼 취급하는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고야 만다. 얼마나 그 빈도 잦은지 이제 더 이상 그 누구도 겨울에 들려오는 '고3 수험생의 자살' 이야기에 새삼스럽게 놀라기조차 하지 않는다.

누구도 놀라지 않는 비극, 그런 일 중 하나가 바로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폭행, 폭언, 무시에 관련된 사건이었다. 처음에는 서울 강남 일대의 초부유층 아파트에서만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나, 점점 그와 유사한 일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더 이상 일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일이라 치부하기엔 너무 슬픈 일이 되어버렸다.

다시는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고 최희석씨를 추모하며, 누구도 갑질하지 않고, 모두가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시대가 다시 찾아오기를 바래 본다.

유튜버월드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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