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의 역사는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TV 코미디 프로그램의 전성기가 저물고, 새로운 플랫폼에서 웃음의 길을 개척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이름은 바로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Psick Univ)'이다. 정재형, 이용주, 김민수 세 명의 개그맨이 의기투합해 2019년 4월 개설한 이 채널은, 단순한 개그 영상을 넘어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부캐(부캐릭터)' 세계관을 구축하며 단숨에 젊은 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그들은 이미 정해진 틀에 갇히지 않고 "우리만의 코미디를 하기 위해 스스로 판을 만들었다"는 당찬 포부를 현실로 증명해냈다.
피식대학의 콘텐츠는 마블의 시네마틱 유니버스처럼 각 코너가 느슨하게 연결된 '피식 유니버스'를 형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사랑산악회'의 열정 넘치는 김영남 회장이 '05학번이즈백'의 김민수 아버지이자 'B대면 데이트'의 임플란티드 키드의 큰아버지라는 설정은 시청자들에게 마치 시트콤을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이처럼 각 캐릭터가 유기적으로 얽히고설키며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현실에 있을 법하면서도 기상천외한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피식대학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콘텐츠는 단연 '한사랑산악회'와 'B대면 데이트'다. 한사랑산악회는 중년의 등산 동호회 회원들이 펼치는 콩트 시리즈로, '열정 열정 열정!'을 외치는 김영남 회장을 비롯해 다양한 캐릭터들이 중장년층의 문화를 재치 있게 패러디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등산이라는 키워드가 대중적이지 않던 시절, 이를 힙한 코드로 재해석한 시도는 피식대학의 날카로운 트렌드 감각을 보여준다. 이어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기획된 'B대면 데이트'는 최준, 임플란티드 키드 등 'B급 감성'을 가진 남자들의 소개팅을 코믹하게 그려내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특히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를 부르는 최준의 영상은 밈(meme)으로 확산되며 '부캐' 열풍을 주도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철저한 캐릭터 설정과 날것의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시도하는 제작 과정이 있다. 'B대면 데이트'의 경우 초기 핸드폰으로만 촬영하며 제작비를 최소화하고,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반응이 좋은 콘텐츠는 계속 발전시키고 그렇지 않은 콘텐츠는 과감히 중단하는 유연성을 보였다. 이들은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우리 주변에서 볼 법한 인물들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이를 코미디로 승화시켰다.
최근 업로드된 'B대면 데이트' 2기 영상은 다시 한번 피식대학의 기획력을 보여주는 콘텐츠다. '모태솔로'라는 주제를 다루며 특별 게스트로 이은지 씨를 초청, 연애에 관한 솔직하고 재치 있는 대화를 나눈다. 영상에서 이은지 씨는 인공지능이 만든 '프러포즈 하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영화 '프렌즈'를 보며 영어를 배웠다고 말하는 등 친근한 매력을 발산한다. 특히 '모쏠'들을 위한 연애 꿀팁을 전수하며 밝게 웃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영상 속 출연진들은 각자의 이상형을 솔직하게 밝히고, 마지막에는 이은지 씨가 호스트 중 한 명을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구성으로 몰입도를 높인다. 이러한 콘텐츠는 'B대면 데이트'라는 기존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게스트와의 토크쇼 형식을 가미하여 새로운 재미를 제공한다.
피식대학은 유튜브라는 자유로운 플랫폼을 통해 기존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코미디를 선보이며 28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대형 채널로 성장했다. 2023년에는 제59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예능 작품상을 수상하며 그들의 도전과 노력이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음을 증명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코미디 인재 육성 및 연구의 메카"라고 소개하며, 앞으로도 위험을 감수하고 장벽을 부수며 도전하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피식대학은 단순히 웃음을 주는 것을 넘어, 현실의 다양한 모습을 포착하고 이를 유쾌한 코미디로 재해석하며 우리 시대의 웃음 코드를 새롭게 쓰고 있다. 그들의 거침없는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