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00대 기업 10곳 중 6곳 이상이 하반기 신규 채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24.8%가 '채용 계획 없음'을, 38%가 '미정'이라고 답했다. 채용을 하더라도 그 규모를 줄이겠다는 기업이 37.8%에 달한다. 특히 채용 계획이 없다는 응답 비율은 지난해보다 7.3%p나 증가했다. 고용 시장에 드리운 짙은 먹구름은 이제 단순한 불황의 신호가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의 예고편처럼 보인다.

이러한 채용 축소의 배경에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라는 거대한 파도가 자리 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기업들의 경영 긴축을 강제하고 있다. 기업들은 눈앞의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가장 먼저 '인건비'라는 비용을 줄이는 선택을 하고 있다. 이는 즉각적인 재무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미래 성장의 동력이 될 청년 인재 확보에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통계는 이 같은 현실을 냉혹하게 증명하고 있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16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고,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30대 인구는 32만 명을 넘으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업들이 경력직을 선호하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는 기회의 문이 더욱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은 갈 곳을 잃고, 사회는 활력을 잃어가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이처럼 심각한 청년 고용 문제에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는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자발적 이직자에게도 구직촉진수당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또한 구직촉진수당을 월 50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인상하고, 청년 연령 기준을 29세에서 34세로 확대해 더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주고자 한다.

한편, 대기업의 채용 한파와 달리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청년이 일하고 싶은 중소기업'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 주 4.5일제 도입 지원, 중소기업 신규 취업 청년에게 추가 혜택을 주는 청년미래적금 등이 대표적이다. 나아가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를 보호하는 '일터 권리보장 기본법' 제정을 통해 불안정한 노동 시장에서 청년들이 최소한의 안전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돕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노력이 청년 고용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업들의 채용 동향은 결국 경제 상황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이 단기적인 지원과 제도 개선을 넘어, 불안정한 경제 상황 속에서 기업들이 미래를 보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문을 닫는 대기업과 문을 여는 정부.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년들의 발걸음은 언제쯤 멈출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