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0만, 싸이월드의 부활

싸이월드가 뭔지 아니?

신재철 기자 승인 2021.06.07 16:41 의견 0

‘응답하라 시리즈’라고 불리는 시리즈 드라마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후, 내 주변에서 ‘세대’를 구분하는 기준은 그 시리즈 세 개 중 어느 편까지 기억하고 있는 세대인지에 따라 구분 지어졌다.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1994’ ‘응답하라 1988’ 아마 요즘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들은 세 시리즈에 등장하는 모든 에피소드와 사건, 생활을 다큐멘터리 보듯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어렴풋하기는 하지만 ‘1988’시리즈에 등장한 이야기나 사건까지도 어렴풋이 기억을 하고 있는 세대이기에 간혹 90년대 후반에 태어난 분들과 이야기할 때면 ‘내가 정말 나이를 먹기는 많이 먹었구나.’ 라는 생각에 잠기곤 한다.

▲ 추억소환의 주인공들 -응답하라 시리즈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했던 세대, 이제 막 디지털 시대로 들어서는 시기에, 그 과도기를 경험한 마지막 세대, 나는 그런 세대이다. 삐삐가 처음 보급되던 때, 017.019로 시작되는 핸드폰 번호를 눌러보았던 세대, 전화번호부에서 친구네 집 전화번호를 찾아내 전화를 걸어 ‘누구누구 있나요?’ 라고 해 본 세대,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카톡 메신저로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 세대,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는 그렇게 몇 년 지나지 않은 듯 하면서도 너무나 다른 세상처럼 우리는 살아왔다.

하지만 그런 ‘옛 세대’ 라는 것이 마냥 서글프고, 나이 드는 것이 슬픈 것만은 아니다. 지금의 어린 세대들은 모르는 아날로그만의 감성이 우리에게는 있었다. 그리고 처음 도래하는 디지털 시대를 두고 웅성웅성 갖가지 이야기를 하며 설렜던 경험이 있다. 특히 싸이월드, 그 네 글자에서 10대 시절 한창 나만의 미니 홈피를 꾸미며, PC방에 가서 채팅하던 재미에 빠져있던 경험도 아마 우리 세대가 마지막으로 경험한 것일 것이다.

아마도 이번 싸이월드의 부활은 몇 년 간 레트로 열풍이라고 불리며, 80년대, 90년대에 대한 향수를 멋있다고 말하고, 선망하고, 따라하고 싶어 하는 유행을 따라 시작된 것은 아니었을까? 작년 즈음 이제는 서비스를 중단하고 사라져갔던 토종 소셜미디어 ‘싸이월드’의 인수 소식이 들렸을 때 ‘이제와 싸이월드를 왜 인수하는 거지?’ 라는 의문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뒤로 다시 잠잠해져 잠시 잊고 있던 그 싸이월드가 5월부터 본격적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기 시작했다.

▲ 싸이월드의 부활! 다시 돌아온 도토리


싸이월드는 ‘미니미’, ‘미니홈피’ 등의 과거 싸이월드 감성을 살린 웹 서비스와, 시대에 맞춰 이제는 PC방이 아닌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하는 젊은 감성들을 위해 모바일 버전을 동시에 출시한다. 1년이 넘도록 인터넷 데이터센터에 잠들어있던 3200만 명의 회원 데이터베이스도 복원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많은 회원들이 예전 결제하여 사용하다가 남겨 놓은 도토리라고 부르던, 싸이월드에서만 쓸 수 있던 가상머니 역시 환불 혹은 사용이 가능해졌다. 너무 오래 사용하지 않아서, 이제는 아이디가 무엇이었는지조차 희미해져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서비스라고 생각하고 잊고 있었는데 환불까지 해준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내가 혹시 결제해놓고 잊어버린 도토리가 있나?’ 라는 생각을 하며 로그인을 시도해보는 사람들도 꽤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제는 싸이월드가 처음 만들어졌던 시대와 달리, 무수한 SNS 서비스가 있고, 싸이월드 보다 훨씬 멋스럽고, 트렌디하고, 편리한 서비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추억을 찾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그런 편리함보다 내 감성을 건드리는 옛 기억을 더 소중하게 여기기에 당분간은 엄청난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유튜버월드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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