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정신 훼손, MBC 자막실수

반복된 실수에 결국 고개숙인 MBC

신재철 기자 승인 2021.07.27 16:33 | 최종 수정 2021.07.27 17:00 의견 0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 도쿄 올림픽이 드디어 개막했다. 욱일기를 둘러싼 논쟁, 방사능 문제, 후쿠시마 식자재의 사용 등등, 문제를 들춰내자면 정말 ‘한도 끝도 없다.’라는 말이 생각날 만큼 무언가 문제가 많은 올림픽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아직 대회가 개막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연일 보도되는 올림픽 관련 뉴스에는 좋은 일보다 우려스럽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기사가 더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 번의 개최 연기로 인해 5년간 오로지 이 대회만을 위해 노력했을 선수들의 노고를 생각한다면 부디 모든 선수들이 건강하게, 자신이 가진 역량을 후회 없이 펼치고 돌아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을 시작하면서, 이전까지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 우리나라 방송사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겨났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바로 올림픽 개막식을 생중계하던 MBC 방송사에서 각국 선수들의 입장 장면에서 국가 소개를 위한 이미지와 짤막한 소개 글을 띄웠는데, 거기서 몇몇 나라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다.

▲우크라이나 선수단 소개 당시 체르노빌 사진을 사용한 MBC

MBC는 우크라이나 선수단의 소개에서 1986년 구소련 시절 발생했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진을 개제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밖에도 엘살바로드 선수단 소개에서 비트코인 사진을, 아이티 선수단 소개에서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과 시위 사진을 사용했다.

그밖에도 노르웨이는 연어, 이탈리아는 피자 사진을 소개했다. 그러자 이에 관해 유명 방송인 중 한 명인 러시아 출신 ‘일리아 벨랴코프’는 ‘이 자막 만들면서 '오, 괜찮은데'라고 생각한 담당자들은 대한민국 선수들이 입장했을 때 세월호 사진을 넣지, 왜 안 넣었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리야는 "미국은 9·11 테러 사진도 넣고"라며 "도대체 얼마나 무식하고 무지해야 폭발한 핵발전소 사진을 넣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떤 식으로 변명을 하려고 해도 부끄러워 고개를 못 들 만큼 큰 실수가 아닐 수 없다.

올림픽 개막식이나 폐회식 때 선수단의 입장 장면에서 나라별 소개를 넣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예전부터 해오던 방송의 전례 같은 것이다.

평소에는 잘 알지 못했던 나라를 그런 이미지나 소개 글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면서, 그야말로 세계인이 하나 되는 소소한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올림픽 정신이 있기에 대부분의 방송사들은 그 나라의 가장 유명한 인물이나 유적 등을 주로 소개하는데 이번 MBC의 자막은 애초에 이미지를 고른 사람, 자막을 만든 사람, 그 소개 영상을 작업한 사람, 그리고 이 방송을 허가한 모든 사람들이 이 이미지와 소개 글을 보고 아무런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 상대팀을 조롱하는 듯한 부적절한 자막

그들 중, 단 한 사람이라도 해당 나라의 국민들과 선수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있었다면 그대로 방송으로 송출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게다가 MBC 방송사는 지난 루마니아와 우리나라 대표팀의 축구 경기에서 루마니아 선수의 자책골 장면에서 ’고마워요 마린‘ 이라고 쓰면서 상대방 팀과 선수를 조롱하는 듯한 자막도 그대로 송출했다.

이쯤 되면 MBC 방송사에서 이번 올림픽 방송 자막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어떤 상식을 가진 사람들인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리고 국내외로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눈치챈 MBC 사장은 뒤늦은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늘 일본을 비롯해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국격을 손상 시키거나, 무시하는 발언을 하지 않는지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다른 나라의 국격과 국민에 대한 존중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존중받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유튜버월드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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