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신혼부부들이 사라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12일 발표한 ‘2024년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결혼 5년 차 이내의 신혼부부 수는 전년 대비 2.3% 감소한 95만 2,000쌍으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100만 쌍 아래로 떨어진 수치로, 저출산 고령화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자녀 유무’다. 초혼 신혼부부 중 자녀가 있는 비율은 51.2%에 그쳤다. 이는 2쌍 중 1쌍이 자녀 없이 생활하고 있다는 뜻으로, 전년보다 1.3%p 더 낮아진 수치다.
◆ 출산의 핵심 변수: ‘맞벌이’와 ‘내 집 마련’의 상관관계
이번 통계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은 자녀 유무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맞벌이’와 ‘내 집 마련 여부’가 명확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맞벌이와 출산: 맞벌이 부부 중 자녀가 있는 비율은 49.1%로, 외벌이 부부(56.6%)보다 7.5%p나 낮았다. 경제 활동을 위해 맞벌이를 선택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육아에 할애할 시간과 여력을 감소시켜 출산을 기피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내 집 마련과 출산: 주거 안정성은 출산율과 직결됐다. 내 집이 있는 신혼부부의 유자녀 비율은 56.6%인 반면, 무주택 부부는 47.2%에 불과해 9.4%p의 큰 격차를 보였다. 평균 자녀 수 역시 유주택 부부(0.67명)가 무주택 부부(0.56명)보다 많았다.
특히 서울과 같이 집값이 비싼 지역에서는 이 격차가 더욱 극명하게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맞벌이와 외벌이 부부 간 자녀 수 차이보다 유주택(0.6명)과 무주택(0.47명) 부부 간의 차이가 더 커, 주거 불안정이 출산 포기의 가장 결정적인 요인임을 시사했다.
◆ 빚더미에 앉은 신혼부부... 대출 중앙값 1억 8천만 원 육박
신혼부부들의 경제적 부담은 날로 가중되고 있다. 신혼부부의 86.9%가 빚을 지고 있으며, 대출 잔액의 중앙값은 1억 7,9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749만 원 증가했다. 특히 3억 원 이상의 고액 대출을 보유한 부부의 비율이 24%로 전년보다 2.8%p 늘었는데, 이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현상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생아특례대출의 영향으로 유주택 신혼부부 비중이 소폭(1.9%p) 상승했지만, 이는 결국 막대한 빚을 동반한 결과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주거·육아 시스템의 총체적 개혁 없인 미래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통계를 통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없는 사회 구조와 감당하기 힘든 집값이 신혼부부들을 출산 포기로 내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맞벌이가 필수인 시대에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육아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고, 안정적인 주거 환경 없이는 미래를 설계할 수 없는 현실이 통계로 증명된 것이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백약이 무효한 상황에서, 이번 통계는 기존 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단순한 현금 지원을 넘어, 파격적인 주거 안정 지원, 실질적인 육아휴직 활성화, 믿을 수 있는 공공 육아 인프라 확충 등 사회 시스템 전반의 개혁 없이는 인구 절벽의 위기를 결코 극복할 수 없다는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