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롯데카드의 대규모 해킹 사고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 등으로 보안 불안감이 커지자, 금융감독원이 칼을 빼 들었다. "카드 해지 경로가 너무 복잡해 고객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며 절차 간소화를 강력히 주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신한·국민·하나·현대·롯데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이 홈페이지와 앱을 전면 개편하며 '카드 해지 편의성' 강화에 나섰다.

특히 최근 쿠팡이 탈퇴 절차를 의도적으로 복잡하게 설계한 '다크 패턴(Dark Patterns)'으로 비판받는 상황과 맞물려, 카드업계의 이번 행보는 소비자 주권 회복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아직 개선을 마치지 않은 일부 카드사도 연내에는 간소화 방안을 모두 도입할 전망이다.

◆홈페이지 전면에 'SOS' 배치... "클릭 한 번으로 해지까지"

개편의 핵심은 접근성이다. 기존에는 카드를 해지하려면 여러 단계의 하위 메뉴를 뒤지거나 검색창을 이용해야 했으나, 이제는 홈페이지 첫 화면에서 바로 해결할 수 있다.

카드사들은 '카드관리', '카드이용 SOS', '카드 SOS' 등 직관적인 명칭의 메뉴를 전면에 배치했다. 이 메뉴를 클릭하면 다음과 같은 서비스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카드 해지 신청: 상담원 연결 없이 웹/앱에서 즉시 처리 가능

·분실 및 도난 신고: 긴급 상황 시 즉각적인 사용 정지

·보이스피싱 신고 및 사고 예방: 부정 사용 방지를 위한 SOS 기능

·이용한도 및 기본 정보 변경: 개인정보 유출 시 빠른 대응 가능

◆ARS도 혁신... "주말·야간에도 사유 묻지 않고 정지"

금융감독원의 자율 개선방안에 따라 전화 상담(ARS) 시스템도 바뀐다. 가장 큰 변화는 '이용정지 신청의 즉시성'이다.

기존에는 상담원과 통화를 해야 하거나 신청 사유를 구구절절 설명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주말이나 야간 콜센터의 첫 번째 메뉴에서 사유를 불문하고 이용정지 신청을 즉시 받아야 한다. 또한 보유한 모든 카드를 해지하는 '탈퇴'의 경우에도 필수 안내 사항을 팝업이나 별도 안내로 대체하고, 상담원 연결 없이 시스템상에서 즉시 처리되도록 개선된다.

◆'다크 패턴' 퇴출과 소비자 신뢰 회복의 기로

이번 조치는 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소비자가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확보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카드사들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고의로 해지 절차를 어렵게 만들었던 관행이 금융당국의 규제와 소비자 여론에 밀려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 언론사들은 이번 사태를 다루며 "해지하기 힘든 서비스는 좋은 서비스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술적 해킹을 막는 보안망 구축만큼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 사용자가 스스로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서비스를 즉시 중단할 수 있는 '자율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금융권의 새로운 신뢰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