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8년간 유지해 온 대학 등록금 동결 압박 카드를 내려놓는다. 교육부는 최근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한 대학에만 인센티브 방식으로 지원하던 ‘국가장학금 2유형’을 오는 2027년부터 전격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대학 재정 악화를 이유로 사립대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등록금 인상 규제 완화를 정부가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규제 완화 배경: “정부 지원금보다 등록금 인상 수익이 더 크다”
정부가 등록금 규제 기조를 바꾼 결정적인 이유는 기존 정책의 ‘약발’이 다했기 때문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는 대학 등록금 동결을 강력히 권고해 왔고, 2012년부터는 국가장학금 2유형을 통해 이를 제도적으로 묶어왔다.
그러나 장기간의 동결로 사립대들의 재정난이 한계치에 다다르면서, 올해 들어 다수의 대학이 “차라리 정부 지원(국가장학금 2유형)을 포기하고 등록금을 올려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였다. 교육부 역시 “대학이 교육 질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데, 현실적인 재정 여건이 지나치게 악화됐다”며 규제의 합리적 조정이 필요함을 인정했다.
◆ 인상 폭 상한선 하향... “폭등 수준은 아닐 것”
등록금 자율화에 따른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 급증 우려에 대해 정부는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고등교육법상 등록금 인상 상한선 기준을 기존 ‘직전 3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에서 내년부터 ‘1.2배’로 하향 조정하기로 한 것이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급격한 인상을 막는 완충 작용을 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대학들이 눈치를 보며 단계적으로 인상하겠지만, 법적 상한선과 사회적 여론을 고려할 때 당장 등록금이 두 배 가까이 뛰는 식의 폭등은 일어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 장학금 총액 유지될까? 1유형 확대가 관건
학생들이 직접적으로 받는 혜택이 줄어들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장학재단이 소득 수준에 따라 학생에게 직접 지급하는 ‘국가장학금 1유형’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본래 1유형의 예산 규모가 2유형보다 압도적으로 컸던 만큼, 정부는 이번 개편이 학생 개인이 받는 실질적인 장학금 총액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전망: 대학 간 격차 심화와 교육 질 향상의 기로
이번 조치로 인해 2027년부터 사립대를 중심으로 도미노 등록금 인상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확보된 재원이 실제 교육 인프라 개선이나 교수진 확충 등 교육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다만, 재정 여력이 있는 수도권 주요 대학과 고사 위기에 처한 지방 대학 간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학들이 ‘재정 건전성 확보’와 ‘학생 부담 경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지, 18년 만에 찾아온 변화의 물결에 대학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