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경제적 위상은 높아졌지만, 나라를 일궈온 노인들의 삶은 세계에서 가장 척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5’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66세 이상 노인의 소득 빈곤율은 39.7%를 기록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4.8%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압도적 1위다.
우리나라 노인 10명 중 4명은 중위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급격한 고령화 속도에 비해 노후 소득 안전망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수치로 증명됐다.
◆ 질병에 신음하는 75세 이상... ‘건강과 경제력’ 동시 붕괴
특히 75세 이상 후기 고령층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들은 국민연금 제도 도입 초기에 가입 기회가 적어 소득 보장 체계에서 사실상 소외된 세대다. 경제적 기반이 약한 상태에서 노화에 따른 건강 악화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75세 이상 노인의 절반 가까이가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흔한 질환은 고혈압(69.0%)이었으며, 당뇨병, 고지혈증, 관절염, 골다공증이 그 뒤를 이었다. 병원비 지출은 늘어나는데 수입은 줄어드는 악순환의 늪에 빠진 것이다.
◆ 폐지 줍거나 단기 알바... 초단시간 근로자의 70%가 고령층
연금만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한 노인들은 결국 고용 시장의 가장 낮은 곳으로 내몰리고 있다. 현재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의 약 70%가 고령자로 채워져 있다.
고용 안전성이 낮은 단기 일자리나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지만, 이마저도 건강이 허락하지 않으면 유지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노인 일자리 사업이 양적으로는 팽창했지만, 실제 빈곤을 탈출하기에는 급여 수준이 너무 낮다"고 꼬집는다.
◆ 해결책은? “기초연금 확대와 맞춤형 재정 지원 시급”
보고서는 고령화의 파고를 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는 7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기초연금 인상이나 의료비 본인 부담 경감 등 직접적인 재정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순히 일자리의 숫자를 늘리는 것을 넘어, 노인들이 질병 걱정 없이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며 살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의 재설계가 2026년 대한민국이 마주한 가장 무거운 숙제다.